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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eMin Kim Solo Exhibition

«Prototype Temple :  At Night»

26. 10. 2021 - 28. 11. 2021

상업화랑 용산

 

 

경계 없는 밤의 무한한 무대

 

이설희(독립 큐레이터)

 

 

«Prototype Temple: At Night»은 영국에서 긴 생활을 마치고 돌아온 김지민(b.1993)의 국내 첫 개인전이다. 작가를 알아가며 내가 받은 인상은 김지민의 작업이 ‘명증(明證)’하다는 것이다. 김지민은 분명한 취향과 예술 실천의 확실한 목적성이 있다. 이런 그의 작업은 체화한 경험에서 출발한다. 작가는 문학, 미술, 음악적 언어를 기반으로 한 리서치에서 발현된 정보를 연구하며 파생된 주제를 일목요연하게 체계화하고, 그것에 적합한 매체로 작품을 시각화한다. 그런 이유로 김지민의 작업을 보면 작가를 보는 것 같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변화한 작업 기록과 전후 사유를 꼼꼼하게 정리하는 그에게 작품에서 매체 선택의 당위성이 명확하게 드러나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김지민은 2019년까지 주로 설치 작업을 했고, 2020년 들어 본격적으로 회화를 시작해 현재 이 두 매체를 병행하여 작업하고 있다. 그의 작업은 명료하게 구성되는데, 설치는 <Art as Language>, <움직이는 샹들리에> 시리즈로, 회화는 <음악적 회화>, <침묵의 회화> 연작으로 나뉜다. 이번 전시 «Prototype Temple: At Night»은 김지민이 설치와 회화의 변주로 동서양의 문화적 융합을 실험해 온 연구의 소산이다. <움직이는 샹들리에>와 <침묵의 회화>로 조합된 전시는 서구 고전 문화를 상징하는 샹들리에와 먹을 사용한 동양적 회화가 어두운 무대에 등장한 것처럼 연출된다. 이에 더해진 사운드는 성가, 성당의 미사, 사찰소리, 종소리 등이 혼합된 동서양의 울림으로, 전체 공간을 공명하며 경건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김지민의 작업에서 동서양의 문화가 교차된 풍경이 출몰하는 이유는 동양과 서양에 대한 작가의 역전된 경험에서 기인한다. 삶의 절반을 해외에서 보낸 작가는 2년 전 한국에 정착한 이후 어린 시절 경험하지 못했던 동양의 고전에 환상을 가지게 된다. 그 결과로 김지민은‘먹’이라는 재료를 연구하며, 동양 철학에서 엿볼 수 있는 ‘비움이 곧 채움’이라는 사상으로 평면에 무한한 이상 세계를 구현한 선례에 영향을 받는다. 이미 설치 작업으로 물리적 공간에서 흡족할 만큼의 작업 경험을 못했던 그에게 회화는 무한정한 공간을 표현하기에 적합한 매체와도 같았다. 외형 너머의 세계를 그리고자 한 동양의 미술가들에게 그림이 애초부터 추상이었던 것처럼 김지민의 화면이 이처럼 추상의 모습으로 시각화되는 점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이 같은 동양 문화에의 심취는 작가가 어릴 적 체득한 서양의 고전 문화가 노스탤지어의 대상이 되는 또 다른 모습을 낳아 타국과 자국 문화가 만난 제3의 문화를 만들어내는 계기가 된다. 샹들리에 설치와 동양적 회화가 만나는 이 전시가 그 증거다. 작가 내면의 문화적 혼성 공간이 이번 전시에 현현된 것인데, 부제가 주시하듯 이 배경은 ‘밤(At Night)’이다. “밤은 윤곽선을 갖지 않는다”는 메를로 퐁티(Maurice Merleau Ponty, 1908-1961)의 표현처럼 그 공간은 경계가 없어지는 살아있는 시간과도 같으며, 김지민의 작업에서는 동양과 서양의 경계를 왕래하는 자유로운 시간에 지나지 않는다. 이 공간은 일종의 ‘프로토타입(Prototype)’ 형식으로, 앞으로 다른 연출을 통해 열리고 닫히는 무대가 될 예정이다. 새로운 장소와 환경에서 동서양의 문화가 교차하고 결합되었을 때 상상해 볼 법한 이미지를 그려보며 예상치 못한 가능성을 시험해 보는 것이 작가의 의도다.      

 

전시 출품작에서 <추락하는 샹들리에>(2021)는 김지민이 유일하게 그의 성장 환경을 표면적으로 드러낸 작업이라 할 수 있다. 작가는 기독교 집안에서 자라 10대에 영국으로 이동했다. 기숙학교에서 공부를 하며 대성당을 다녔고, 성가대와 클래식 음악 활동을 이어 나갔다. 김지민의 10대, 즉 정체성이 형성될 시기에 그를 지배하고 있었던 것은 바로 서구 고전의 고급문화와도 다름이 없었다. 작가는 그 안에서 동양인으로서의 정체를 파악하며 감정적인 경험을 하게 된다. 그것은 바로 그리움인데, 역설적이게도 당시 이 그리움은 동양을 향한 것이 아니었다. 동양과 서양에 속한 작가가 서구 사회에 만연한 고급문화를 겪으면서 느낀 고전시대 문화의 그리움이었던 것이다. 제국주의 국가를 향해 갖는 이 같은 기형적 노스탤지어는 환희와 고통을 수반하는 양가적 감정, 바로 작가가 표현한 ‘숭고’의 감정과도 같다.  

 

김지민은 이러한 경험을 샹들리에에 투사하여 표현하였는데, 이는 전시장에서 움직임을 반복하며 사운드와 함께 연출되어 있다. 어떤 상황에서든 샹들리에가 언제나 “주역 배우”처럼 보였다는 보들레르(Charles Baudelaire, 1821-1867)의 표현처럼 이는 무대에서 중심이 되고 가장 빛나 보이는 존재이다. 하지만 역으로 홀로 어둠을 이겨내야 하는 존재이기도 하다. 이 같은 샹들리에는 작가 김지민의 모습과 오버랩된다. 그가 경험했던 숭고의 양가적 감정이 샹들리에로 대상화되는 것인데, 김지민은 환희와 고통을 수반하는 이 같은 감정을 표현하기에 적합한 오브제와 매체를 찾았던 것이다. <움직이는 샹들리에>는 작가 본인에게 숭고의 감정을 유발하는 요소들을 모아 무대 형식의 설치작품으로 구현한 일련의 예다. 

 

샹들리에와 조화롭게 설치된 <침묵의 회화>(2020-)는 김지민의 회화가 평면으로서 그 자체를 지시하며 공간 안에 존재하는 방식을 고민한 결과물이다. 화면에는 크게 네 가지의 요소가 보이는데, 표현의 기법으로서의 번짐, 재료의 먹, 알의 형상과 금색이다. 침묵의 한자는 가라앉을 침(沉)과 묵묵할 묵(默)으로 말 그대로 묵묵함이 가라앉는 것을 지시한다. 작가는 이 ‘가라앉는 것’에 대한 표현으로 먹이 화면에서 시간을 두고, 스며들어 번지며 침잠하는 모습으로 구현한다. 무엇보다도 중국어에서 ‘먹물’의 ‘먹(墨)’과 ‘침묵’의 ‘묵(默)’이 같은 성조로 발음되는 현상을 통해 김지민은 이 재료 선택의 당위성을 찾는다. 침묵을 상징하는 오브제로 발화 이전, 태초에 코스모스의 의미를 가지고 있는 알을 차용하였고, 금색은 “침묵은 금이다”의 속담에서 연유한 것이다. 

 

이 연작의 제목에 등장하는 공통된 단어 ‘침묵’은 비트겐슈타인(Ludwig Wittgenstein, 1889-1951)이 “말할 수 없는 것에 침묵”하라 했던 ‘침묵’을 떠올리게 한다. 작가는 화면에서 사물들을 최대한 소거하여 최소한의 메타포만 남기는데, 그 결과 화면의 요소들이 하나의 표상으로서 존재한다. 따라서 그의 회화는 모종의 신비주의가 뒤따르며, 해석 가능한 풍부한 세계가 연출되는 공간으로 변모한다. 비트겐슈타인이 일기에서 “한 문장에는 하나의 세계가 연습 삼아 조립”되어 있다고 쓴 것처럼 김지민은 캔버스 공간에 하나의 세계를 조립해 본다. 이는 침묵을 바탕으로 펼쳐지는 세계이다. 작가는 말할 수 없는 것이 증명할 수 없어 무의미한 것이 아니며, 증명하려 하여 되려 그것을 무가치하게 만들지 말라는 한 철학자의 깊은 뜻을 미술 언어에 대입해 보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김지민은 동서양에서 체화한 삶의 경험을 기저로 이들이 교차, 융합하는 시점으로 목도한 문화의 다양성과 그것으로부터 파생한 언어, 철학, 종교 등의 주제의식을 작가 특유의 차분하고 숭고한 조형 감각으로 작업의 외연을 확장하고 있다. 궁극적으로 작가는 동서양의 종교와 오리엔탈리즘, 옥시덴탈리즘 모습이 융합된 구성으로 이 모든 것이 조화롭게 연출된 다층적 무대를 설계해 보고자 한다. 이와 같은 그의 작업은 한국 현대미술의 끊임없는 화두인 서구 경향의 능동적 수용과 전통‧동양성의 추구 과정을 보여주는 흥미로운 사례로 주목할 만하다. 오늘날 젊은 세대 작가들이 다소 진부하게 여길 법한 주제에서 ‘다름’을 발견하고 그것을 ‘새로움’으로 수용하여 변화를 지속하는 김지민의 작업은 한국 현대미술에 다양한 관점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된다. 김지민은 오늘도 조용히 스스로의 내면에 침잠하여 작업에 정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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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eMin Kim Solo Exhibition

«Prototype Temple :  At Night»

26. 10. 2021 - 28. 11. 2021

Sahng-up Gallery, Yongsan, Seoul

 

 

Infinite stage at night without boundaries 

 

Seolhui Lee (Independent Curator) 

 

Exhibition Preface 

«Prototype Temple: At Night» is Jeemin Kim’s first solo exhibition in Korea after moving back from the UK where she spent her teenage and college years. The impression
I got while getting to know the artist is that Jeemin Kim’s work is clear. She has a definite taste and purpose in the practice of art. Her work begins with embodied experience. The artist studies what has been revealed by research based on literature, art, and musical languages, organises the derived topics and visualises them on the work with 

a suitable medium. The work resembles the artist. It is no coincidence that the justification for media selection is clearly revealed in her work, considering that she carefully organises her notes and changing thoughts at every moment. 

Jeemin Kim mainly worked on the installation until 2019 and started painting in earnest in 2020 and is currently working on both media. The installation works are divided into Art as Language and Moving Chandelier series while the paintings are divided into Musical Painting and
Silence series. «Prototype Temple: At Night» is the result
of Kim’s research that has experimented with the cultural convergence of East and West with a variation of installation and painting. The exhibition, combined with Moving Chandelier and Silence series, is made up as if chandeliers symbolising western classical culture, and oriental paintings using ink, appear on a dark stage. The sound added to this is a mixture of choirs, cathedral mass, temple sound, and a bell, resonating the entire space and creating a reverent atmosphere. 

 

The scenery of mixed cultures of the East and the West comes from the artist’s reversed experience of two cultures. The artist, who spent half of her life abroad, fantasises about the classics of the Orient that she had not experienced as a child. As a result, Kim studies a medium  Oriental ink and is influenced by the precedents of realising an infinite ideal world on a canvas with the idea of “Emptying is filling”, which can be seen in Eastern philosophy. For her, who had felt the limitations of the physical space through the installation work, the painting was a suitable medium to express infinite space. Just like a painting meant an ‘abstract’ for oriental artists who tried to represent a world beyond appearances, it is natural that Kim’s works are represented in abstract ways. 

Such immersion in Eastern culture gives rise to another aspect of Western classical culture acquired by the artist as a child, creating a third culture where two countries and their cultures meet. This exhibition, where chandelier installation and oriental paintings meet, is the evidence of such. The cultural hybrid within the artist herself has been manifested in this exhibition, and as the subtitle shows, it happens ‘at night’. As Maurice Merleau-Ponty(1908-1961) said “Night does not have an outline”, the space is like
a living time without boundaries, and in Jeemin Kim’s
work, it is only a liberal time to travel between the East
and the West. The space is a ‘Prototype’ and will be a stage that opens and closes through various performances in the future. It is the artist’s intention to test the unexpected possibilities by drawing images that can be imagined when the cultures of the East and the West intersect and combine in a new place and environment. 

Falling Chandelier (2021) can be said to be the only work from this exhibition that Kim superficially revealed her personal background. She grew up in a Christian family and moved to England in her teens. She went to a boarding school and continued her classical music activities with the choir. It was the upper class Western classic culture that dominated Kim’s teenage years, that is, when her identity was formed. She figured out her identity as an Asian within the environment and experienced many emotions. It was the emotion of longing for something, which was paradoxically not directed towards the East. 

It was a longing for a classical culture that she felt while going through two cultures. This deformed nostalgia towards an imperial state is like an ambivalent feeling accompanied by joy and pain, that is, the feeling of ‘sublime’ in Kim’s work. 

Jeemin Kim created this experience by projecting it on
a chandelier, which is repeating its movement with mysterious sound in the background. As Charles Baudelaire(1821-1867) said, the chandelier has always seemed to him the principal actor, it is the biggest and brightest being on the stage. It is also, however, a being that has to overcome the darkness all by itself. The chandelier overlaps with the artist. The ambivalent feelings of sublime she experienced are objectified through the chandelier, representing a feeling that involves joy and pain. Moving Chandelier is one of the examples that Kim gathers the elements evoking the emotions of sublime and turn them into an installation. 

 

Silence, installed harmoniously with the chandelier, is the result of contemplating the way a painting exists in
a space, indicating itself. There are four main elements on the canvas: smudging as a technique, ink as a medium, egg as a shape, and gold as a colour. The Chinese characters of silence(沈默) indicates the sinking of silence. Kim reveals the “sinking” through ink slowly seeping and spreading on the canvas. Kim also justifies her choice of medium through the fact that ‘Muk(默)’’ from ‘Chimmuk(沈默)’ has the same intonation with Chinese ink ‘Meok(墨)’ in Chinese. As a symbol of silence, the egg is introduced with its primal meaning of cosmos, and the colour gold is derived from an old saying “Silence is golden”. 

The word “silence” reminds of Wittgenstein, who said, “Whereof one cannot speak, thereof one must be silent.” The artist eliminates objects from the canvas as much as possible and leaves only a minimal metaphor, and as a result, elements left on the canvas exist as a representation. Therefore, her paintings are followed by some kind of mysticism, and are transformed into a space where various interpretations can be presented. Just as Wittgenstein wrote in his diary that a world is assembled in a sentence, Kim tries to assemble a world on a canvas. This is a world based on silence. The artist is substituting the deep thought of 

a philosopher into an art language. That is, what cannot be said is not meaningless because it cannot be proved, and that one who tries to prove it is making it rather worthless. 

Based on Kim’s life experiences embodied in the East
and the West, the diversity of cultures seen while they intersect and combine, and the subject on language, philosophy, religion, etc derived from it, are expanding the boundaries of Kim’s works with her unique calm and noble sensibility. Ultimately, the artist intends to design a multi- layered stage in which religions of the East and the West, Orientalism, and Occidentalism are harmoniously produced in a mixed composition. Her work as such is noteworthy 

as an interesting example showing the active acceptance of Western trends and the pursuit of oriental tradition, which is constantly discussed in the Korean contemporary art world. By discovering something different and new from what has been considered cliché among the young generation, Kim‘s work is expected to present various perspectives to Korean contemporary art. Today, Kim is quietly sinking inside herself and devoting herself to the work, just as usual.